교묘한 호도와 우아한 거짓말 - 블루에이지(BLUEAGE)

교묘한 호도와 우아한 거짓말

Job談

허위진술, 누락거짓말 그리고 제3의 거짓말 호도성 거짓말

“남는 거 하나도 없어, 밑지고 파는 거야!” 콩나물 한 움큼 인심 좋게 쌓아주며 너스레를 떠는 장터 노점 아주머니의 흔한 거짓말이었다. 밉지만은 않은 정겹고 훈훈한 거짓말이다.

이렇게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거짓말부터 직업적으로 해야 하는 과장된 거짓말, 나아가 새빨간 거짓말까지 거짓말의 종류는 참으로 많다. 일상적으로 용인이 되고 이해해줘야 하는 거짓말은 영업사원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 과장이 섞인 거짓말이나, 화자를 위한 의사들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 하면 정치인을 떠올린다. 2015년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발표한 ‘국민통합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정치 갈등(51.9%)이며, 국민통합에 저해가 되는 것으로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24.5%로 가장 높게 나왔을 정도다.

갓난아기와 동물도 거짓말을 한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남녀노소, 직업에 상관없이 일상에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는 공상과 현실의 혼돈이 있을 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시선을 끄는 것이 필요할 때, 화가 났을 때 복수를 위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으로 그리고 편취를 위한 이기적인 거짓말, 누군가를 변호하기 위한 거짓말, 사교적인 방편으로서의 거짓말이 존재한다.

최근에는 거짓말을 생후 6개월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포츠머스 대학의 심리학과 레디 박사는 50명 이상의 아기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부모와 인터뷰를 통해 생후 6개월부터 3세 사이의 아이가 시도하는 속임수를 밝혀냈다.

생후 6개월 된 아기는 이미 거짓 울음과 웃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법을 안는 것이다. 8개월 된 아기는 자기의 잘못을 감출 줄 알고 어른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줄도 안다. 2살 된 아기는 혼날 것 같으면 허세를 부려 위기를 모면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동물들의 세계에서도 다양한 거짓말이 존재한다. 찰스 포드는 그의 연구 저서인 <거짓말의 심리학>에서 ‘거짓말은 본능이다’라는 주장을 하며 다양한 종의 동물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상대를 속이고 있는데 동물들의 거짓말은 대부분 생존과 먹잇감을 얻기 위한 거짓말이다. 동물들은 몸을 보호하거나 쉽게 사냥하기 위해서 주위의 물체나 다른 동물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드는 행위를 한다. 예를 들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곤충이나 벌레는 주변환경과 비슷한 색을 띠며, 물고기와 바다생물들도 주변 환경에 따라 형태를 바꾼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대학의 연구진은 동물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새끼가 있는 북극여우 어미에게 치즈를 먹이로 주었다. 그런데 새끼들이 치즈 냄새를 맡고 나타나자 어미 여우는 갑자기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내는 경계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놀란 새끼들이 모두 동굴 속으로 숨자 그때야 어미 여우는 혼자 치즈를 다 먹어 치웠다.

거짓말은 본능이다?

그러면 우리는 일상에서 몇 번의 거짓말을 할까? 파멜라 메이어는 그의 저서 <거짓말 알아채기>에서 정도에 따라 ‘인간은 하루에 10~200회 정도의 거짓말을 하며, 누군가와 첫 대면을 하는 최초의 10분 동안 평균 3회의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심리학자인 감바 와타루는 ‘사람은 8분마다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거짓말의 횟수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각기 다른 연구 결과가 나타나지만, 결론적으로 모든 사람은 어떠한 형태로든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본능적인 거짓말에는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으며 악의가 없는 거짓말이다.

3의 거짓말

그동안 새하얀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샛노란 거짓말 등의 관념적인 개념이 아니라 학문적으로 거짓말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됐다. 사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허위 진술(lies by commission)과 고의로 중요한 진실을 말하지 않는 누락 거짓말(lies by omission)이다. 그런데 2016년 12월,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의 심리학자인 토드 로저스(Todd Rogers)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 대학원 모리스 슈와이처(Maurice E. Schweitzer)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미국심리학회지(APA)에 연구논문에 제3의 거짓말이 있다고 발표했다. 제3의 거짓말은 바로 ‘호도성 거짓말(lies by paltering)’.

이 논문에 따르면 호도성 거짓말(paltering)은 진실을 말하면서 중요한 사실관계를 누락시키는 적극적인 형태의 기만의 한 종류다. 따라서 호도성 거짓말은 진술을 듣는 상대가 충분한 사실관계를 확보하지 못해 자의적인 해석을 하도록 여지를 남긴다.

알려진 호도성 거짓말의 사례는 많다. 하지만 호도성 거짓말을 이해하기 위해 중국 한비자의 ‘내설편’ 기록된 역사를 소개한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에 중대부 벼슬을 지내는 이사(夷射)라는 자가 있었다. 이사는 어느 날 왕이 베푼 연회에 참석하였다가 술에 만취하여 연회장 입구의 난간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때 한 문지기가 이사에게 다가와 청했다. “중대부님, 연회에서 먹다 남은 음식과 술을 조금 나눠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이사는 문지기에게 버럭 화를 내며 심한 모멸감을 주며 그 자리를 떠났다. 문지기는 잠시 후 연회장 입구에 물을 뿌렸다. 흩뿌려진 물은 마치 누군가 소변을 본듯했다. 이튿날 아침, 왕이 복도를 지나다가 이 흔적을 보게 되었다. 왕이 출입구를 지키는 문지기를 불러 물었다. “누가 감히 왕의 회랑에 소변을 보았는가?” 문지기는 대답했다. “누가 소변을 보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젯밤에 술에 취한 중대부가 여기에 서 계셨습니다.” 분노한 왕은 이사가 회랑 복도에 소변을 봤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죄를 물어 사형에 처했다.

사실 문지기는 왕에게 모두 진실만을 이야기했다. 다만 왕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잘못 해석하도록 정황 정보를 빼고 의도적으로 필요한 말만 전했다. 문지기는 호도성 거짓말로 자신에게 모멸감을 준 중대부에게 복수를 한 것이다.

우아한 거짓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세련된 여성이, 멋진 남성이, 사회적인 지휘가 있는 분이 대단한 이해관계나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 사람의 외형적인 모습이나 사회적인 위치 때문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경우다.

최근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의 저자 백세희 씨가 이 문제에 대한 일말의 단서를 제공했다. 바로 ‘기분부전장애’. 10년 넘게 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하는 상태인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를 겪으며 정신과를 전전했던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와의 12주간의 대화를 엮은 책이다. 우울증이나 기분부전장애인지 모르고 같은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에게 큰 호흥을 얻었다. 그는 전문의와 상담을 하며 “제가 약간 관심종자인 거 같아요. 인정욕구도 강하고, 그래서 허언증이 있는 거 같아요. 일단 이야기를 할 때 좀 과장하거나 웃기려고 할 때 확대해서 말하고, 상대방 이야기에 공감하고 싶을 때 나도 그런 일 겪은 적 있어 이렇게 지어낼 때가 있어요.” 우울증 증상으로 거짓말인 것을 인지하면서도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된 2주차에 허언증과 거짓말에 대해 털어놓았다.

실존 분석의 거장 롤로 메이는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이라는 저서에서 현대인은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에 관해 설명하며 현대인의 고독과 불안에 관해 설명했다. 우아한 거짓말도 분리불한과 허세 어딘가에 소속되고 인정받으려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거짓말은 늘 일상을 통해 나타날 수 있다. 악의적일 수도 있고, 선의일 수도 있고, 혹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일 수도 있다. 우리가 모든 것을 한 치의 거짓 없이 사실대로만 말하면 세상은 혼돈상태가 될 것이며 미움과 증오도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의도적인 거짓말, 악의적인 거짓말, 습관적인 거짓말은 자제되어야 한다. 거짓말은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지만, 반대로 호도성 거짓말을 분별하고, 마음의 병으로 인한 거짓말을 분별하는 지혜를 갖는 것도 현대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김현청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여성시대 2019년 8월호에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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