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談 21]해본 것 없고, 가본 곳 없고, 특별한 일 없는 일상에... - 블루에이지(BLUEAGE)

[쓰담쓰談 21]
해본 것 없고, 가본 곳 없고, 특별한 일 없는 일상에…

쓰담쓰談

교통수단이 발달함과 동시에 삶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여행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증가하는 여행자의 수요를 채우기 위해 대부분의 나라와 도시는 여행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행은 현대인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상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돌아보면 오늘날의 여행은 여행이라기보다는 관광이나 휴양에 더 가깝습니다. 여행의 목적이 구경하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쇼핑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여행(travel)의 어원이 고난(travail)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듯이 여행자는 관광객이 아닌 순례자나 방랑자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도 낯선 사실입니다.

최근 아름다운 일탈을 자극하는 3편의 여행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와일드>, <나의 산티아고>가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3편의 영화는 여행의 참다운 의미를 잘 그려냈습니다. 그 가운데 과로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큰 수술을 받은 후 돌연 산티아고 여행을 떠나며 겪게 되는 일들을 다룬 <나의 산티아고>는 여행의 진정한 모습을 잘 드러낸 영화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독일 최고의 방송 스타 하페 케르켈링이 자신의 삶과 신앙을 되돌아보기 위해 떠난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야고보길 여행’을 다룬 실화 에세이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Man and woman stand on the rock and admire the panoramic view.

나를 만나는 여정

주인공 하페 케르켈링은 병들고 지친 육체와 영혼을 치유하고, 삶과 죽음의 이유를 찾기 위해 800km의 ‘야고보 길’을 걷는 순례의 길을 떠납니다. ‘야고보 길’은 예수의 제자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으로 뻗은 순례길로 유럽인들에게는 ‘산티아고 길’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산티아고 길은 신의 대답을 구하기 위한 여행자들의 순례길입니다.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갖가지 사연을 품은 사람들을 만나며 열악한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 발이 부르트면서 여행을 합니다. 저마다의 삶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들과의 여정은 결국 신이 아닌 자신과의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목표를 완수하는 것보다 함께 걸어가는 삶이 더 빛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결국 삶의 여정이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야한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되고, 우리 삶의 여정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얼마나 거추장스럽고, 움켜쥐고 놓을 수 없었던 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 것인지 알게 합니다. 자신을 회피하고 싶었던 여정에서 자신을 더욱 선명하게 마주하게 되는 것이 여행입니다.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

멀고먼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에게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여행 중 당신을 가장 괴롭힌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뜨거운 태양입니까? 거친 들을 혼자 걷는 것이었습니까? 아니면 가파른 언덕길이었습니까?” 여행자는 간단히 대답했습니다. “그런 것들은 견딜 만했습니다. 여행 중 가장 나를 괴롭혔던 것은 신발 속의 작은 모래알맹이였습니다”

여행은 일상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엄청난 큰일들이 아니고 사소한 문제들이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반대로 손톱깎이, 휴지 한 장, 짧은 끈 하나 등의 사소한 것들이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사실도 알게 합니다. 이렇게 여행이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는 없지만 삶을 대하는 자세와 세상을 보는 시야는 달라지게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은 일상의 바람도, 일상의 하늘도, 그곳에 있던 나도 새롭게 합니다. 그동안 몰랐던 삶의 아름다움을 알게 합니다.

 

결국은 돌아오는 길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돌아오는 것입니다. 여행은 나를 놓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내 안으로의 사색입니다. 무엇을 먹을지, 어디서 잘지, 어느 길로 들어설지 모두가 선택의 연속인 것이 여행입니다. 그리고는 결국 여행의 끝에서 집과 일상으로 돌아오길 선택하는 것입니다. 여행은 결국 나를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다면,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무료한 일상에 외롭다면 여행을 떠나보세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주인공도 보통의 우리처럼 “해본 것 없고, 가본 곳 없고, 특별한 일 없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도전보다는 상상을 즐기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진작가 숀을 찾아나서는 뜻하지 않은 여행을 통해 삶의 진리를 깨닫습니다. 월터는 여행의 끝에서 표범을 촬영하기 위해 히말라야산기슭에서 몇 시간 동안 숨어있는 숀을 만납니다. 그러나 숀은 정작 표범이 카메라 렌즈 안으로 들어온 순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지 않습니다. 셔터를 왜 누르지 않느냐는 월터의 말에 사진작가 숀은 대답합니다. “이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돌아오는 길 그것이 바로 여행입니다.

프랑스의 작가 라브니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상의 언어 가운데 최후로 두 가지 단어만 남긴다면 사랑과 여행일 것이다.” 여행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을 한번뿐인 순간에 사랑하는 일이 더욱 소중함을 알게 합니다. 너무나 일상적인 집, 가족, 일터 그리고 사람들이 소중함을 느끼게 합니다.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요,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입니다. 책 한권 들고 여행을 떠나보세요.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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