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보헤미안 그들이 사는 풍경 - 블루에이지(BLUEAGE)

제주 보헤미안 그들이 사는 풍경

人터뷰 & People

제주 시골집공방

지와 다리오 부부가 사는 제주 동쪽의 자그마한 시골집공방.
잔잔한 빛이 드는 창가 옆 책상 위에는 여행하며 수집한 원석들과
자연에서 주워온 나무껍질, 새의 깃털들이 제 멋대로 놓여있다.
작은 방 한켠을 나누어 은세공을 하고, 매듭을 묶고,
밀랍초를 만드는 모습이 넉넉하고 오붓하다.
그들이 사는 풍경은 소박한 자연을 담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저희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즐기며 그것을 업으로 가진 운 좋은 사람들이에요.”

 

원석이야기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원석을 수집하신다고 들었어요.
원석을 고르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가요?

저희 둘은 이십 대의 대부분을 길에서 지낸 여행자예요. 여행하는 곳이 어디건 배우려고 합니다. 그것이 자격증이나 학위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저희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죠. 원석은 지형과 환경에 따라 종류도 색도 성질도 달라요. 여행지에 가면 돌을 세공하는 사람을 수소문하여 찾아갑니다. 운이 좋으면 귀한 원석도 얻을 수 있고요. 무엇보다 그들이 커다란 돌덩이에서 얼마나 공을 들여 작고 반짝이는 장신구용 원석을 만들었는지를 보고 느낄 수 있어요. 자연에서 온 원석이 나에게 온 과정을 모두 직접 경험하고 싶은 거죠. 으레 원석들에도 등급이 있어요. 얼마나 빛이 잘 발하는지 형태가 얼마나 완벽한지에 의해서요. 전문지식이 없는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도 잘 보입니다.
하지만 저희가 돌을 다듬는 사람에게 직접 찾아가는 이유는 원석의 가족들을 데려오고 싶어서예요. 커다란 돌덩이에서 작은 조각으로 나뉘는데 혼자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가족을 함께 데려온다면 덜 외롭지 않을까 해서요.

원석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작고 투명한 수정을 손바닥에 위에 올려놓았어요. 그것이 나의 손위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상상했죠. 지구의 역사와 함께한 광물들이 가진 이야기가 신비로웠고 인간사로서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기운이 느껴졌어요. 거의 6년 전 페루 안데스산맥 시골 마을에서 돌덩이 같은 원석을 다듬어 가공하는 아저씨를 우연히 만난 것이 원석을 공부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분이 산에서 채취한 돌덩이가 지구 빛을 닮은 청록색의 반짝이는 원석으로 변한 모습을 보고 영혼의 한부분이 싸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것이 안데스 고산족 인디언들이 대지의 어머니라 부르며 신성시해온 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각각의 원석이 가진 이야기와 기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어요.

주로 어떤 것들을 만드세요?

여행할 때는 별다른 도구가 필요 없는 매듭 장신구를 만듭니다. 실과 손 그리고 엉덩이 대고 앉을 수 있는 자리만 있으면 되니까요. 한곳에 몇 개월간 있다면 도구를 쓰는 은세공을 합니다. 물론 저희가 은세공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인도에서 자손대대로 은세공을 해온 아저씨에게 야매로 배운 것이라 기술은 한정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장신구를 만들기에는 지금 저희가 가진 어설픔이 매력인 것 같아요. 요즘 만드는 것은 대부분 저희가 하고 싶은 장신구들입니다. 원석을 이용하고 색실과 은 가끔 가죽을 덧대어 손바느질로 마감을 합니다.

하루에 보통 몇 시간 정도 작업하시나요?

은반지를 하나 만드는데 거의 4~5시간이 걸립니다. 손은 더디지만, 처음부터 수월한 것이 없다고 위안 삼고 주문 하나하나를 마감합니다.

장신구들을 만드시면서 가장 많이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독특함이랄까요. 시중에 시판되는 고급 장신구들이 가진 완벽함은 처음부터 저희가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에 뭔가 이야기가 있고 성격이 있는 장신구를 만들려고 합니다. 또한, 저희는 원석을 이용한 장신구를 만듭니다. 만들기 전 작업 책상에 앉아 마음을 모읍니다. 어떻게 보면 기도를 하는 것이겠죠. 책상 위에는 남미대륙에서 아프리카에서 바다에서 히말라야에서 온 각각의 원석들이 쭉 줄을 서 있고요. 이것들이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내 마음 속으로 느껴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장신구가 아직은 모르는 새로운 주인에게로 가서 그들에게 좋은 기운과 건강을 주라고 마음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손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과정은 만드는 사람의 모든 기운과 정성이 모두 들어간다는 것을 알아요. 만들 때 서둘러 쫓기는 듯한 마음이 들면 작업을 보류해요. 마음이 먼저 준비될 때 손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많이 빨리 만들 수 없지만 지금 단계에서 저희에게는 큰 야망은 없기 때문에 괜찮아요.

가장 좋아하는 원석 하나만 소개를 해주세요.

저희가 애정을 갖는 원석들은 그때그때마다 바뀝니다. 자신의 감정적인 기분과 상태에 의해서 끌리는 원석도 달라지죠. 하지만 제(지)가 가장 좋아하는 원석은 자수정과 태양수정입니다. 자수정은 한국에서도 흔하지만 엄청난 원석입니다. 심지어 동의보감에서도 자수정을 숙성시킨 물의 효능이 나오고요. 올해 가장 많이 심취해있던 원석은 태양수정이에요. 히말라야에서 왔고요. 중앙에 태양의 눈이 있고 주변의 픽셀에서 빛을 받으면 무지개가 생기고 중앙으로 기운을 모아줘요. 그리고 지니고 있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온화하게 해서 건강하고 기분 좋게 합니다.

요즘 작업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조금 다른 소재들도 이용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해변에서 주운 조개나 바다 유리들을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 요즘 저희 프로젝트입니다.

‘좋은 원석’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좋은 원석이란 값어치 있고 비싼 원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는 좋지 않은 원석은 없어요. 몇 만 년 혹은 억년이라는 세월을 땅 밑에서 있었는데 어떻게 특별하지 않을 수 있나요. 그 시간을 지구와 함께해 온 원석에는 분명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치유의 에너지가 있어요. 원석은 주인을 찾아가요. 자기에게 잘 맞는 치유에너지의 원석을 적절히 사용한다면 어떤 비싼 보석보다도 가치 있을 수 있어요.

작업하신 공예품들은 어디에서 만나볼 수 있나요?

제주 전역의 마켓에 참여하고 있고 SNS를 통해서 소통할 수 있어요.
지다리오 SNS: instagram.com/vidapura

 

제주 보헤미안

제주는 언제 오셨나요?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겨울은 따뜻한 남쪽으로 가니까 3년의 반은 부재중이었죠.

제주에 자리를 잡은 이유가 있나요?

저희는 한 곳에 정처를 두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떠돌아다니는 여행을 했어요. 거의 5년의 세월을 최소한의 것을 가지고 살았죠. 한국이 그립기도 했고요. 도시의 비싼 생활비와 월세를 감당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기도 했고 몇 해 전 집필하려는 책을 마감하려고 찾은 제주도에 이미 마음이 가 있었죠. 우리가 제주에 가서 살길이 나타난다면 그건 우리가 살아도 된다는 하늘의 뜻이라고 믿고 배낭을 한 개씩 매고 배를 탔습니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는 곳을 찾다가 보니 여기더군요.

공예 작업을 하지 않을 땐 주로 무엇을 하시나요?

제주에 와서 큰 상을 받았어요. 저희 부부는 함께한 지 8년이 넘어가지만 한 번도 저희만의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죠. 대부분 오지에서 여행 했고 도시에서는 누군가의 집에 얹혀 지냈죠. 지독히도 여유가 없었어요. 적은 돈을 가지고 쪼개고 쪼개서 여행 하려니 자발적인 가난이었기는 했지만, 남들이 으레 갖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었죠.
그런데 제주에 와서 저희만의 보금자리가 생겼어요. 마음씨 좋은 집주인분들이 옆에 살며 보살펴주시니 인복이 있기는 한가 봐요. 집에 생긴 이후로 집에서 하는 일을 좋아해요. 다리오는 스페인에서 직업이 요리사였기에 집다운 집에서 요리 삼매경에 빠지고요. 집에 없으면 캠핑을 갑니다. 제주의 자연을 느끼기에 완벽하죠. 숲길을 걷거나 바닷바람을 맞는 것도 좋아해요.

‘여행’이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에게 여행은 삶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너무 거창한 듯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희 둘이 만난 것도 여행길이었고 지금 제주에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여행길에 잠시 들른 것입니다. 어디에 있든 중요하지 않지만 무심하게 그대로의 삶을 이어나가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어요. 2012년에 저희가 집필한 책 <세계가 우리 집이다> (한겨레출판사 휴) 에서도 이야기했듯 여행은 몸을 가지고 태어난 모두의 숙명이죠. 그래서 우린 모두 이미 여행자이고 이곳에 잠시 들렀다가 가는 것이죠. 그런 데 비해 이 작은 원석들은 이 지구에 우리보다 먼저 온 선배들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보잘것없는 들풀 하나라도 우리와 같은 여행자라는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너무 심각하게 나갔나요?

세계 각지를 여행 하면서 언제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시나요?

저희는 보통 자연에 있는 것을 좋아해요. 몸은 고생스럽지만 오지 여행과 캠핑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무리가 가지 않기 때문이죠. 여행지에서 맛있는 특산요리보다는 불을 지펴 소박한 음식을 해먹고요. 현지에 사는 사람들과의 대화도 좋아요. 저희는 많은 곳을 둘러보는 여행보다 마음에 드는 한 장소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더 좋아해요. 한곳에서 쭉 있으면 동네사람들과 얼굴도 익히고 그들의 생활방식을 배워 나갈 수 있어요. 에콰도르의 남쪽 장수마을 빌카밤바라는 마을에서 있을 때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캠핑을 하다가 만난 동네 아저씨 덕분에 옆 동네 과수원 중턱의 시골집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요. 전기도 가스도 없는 창고 같은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지내던 2개월 이라는 시간이 아직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불을 지펴 커피를 끓이고 밀가루 빵을 만드는 데에만 두 시간이 걸리지만 세상의 시간이 멈춘 것같이 시간은 더디게만 가죠. 그리고 동네사람들이 밭일하는 것을 조금 도와주고 작은 샘에 가서 목욕을 하고 오면 누군가가 집 앞에 쌀 한주먹과 달걀 2알을 놓고 갔죠. 우리를 잘 돌봐주었던 이웃들이었어요. 저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니고 그곳에 원래 있었던 자연과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을 때 아주 행복해요.

여러 곳을 여행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여행길에 있을 수많은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배우러 가는 것 같아요. 언제나 모든 게 수월하게 해결되지는 않지요. 그래서 여행을 다녀오면 많이 배우나 봐요. 작은 사기도 당하고 기차나 비행기를 놓쳐 난감할 때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이제껏 큰 탈 없이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잘 모르는 타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배려 때문인 것 같아요. 곤경에 취했을 때마다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나타났죠. 베네수엘라 남부지방을 여행할 때였어요. 대중교통이 없는 그 지역에서 히치하이킹만이 유일한 길이었는데 땡볕에 아스팔트 길에서 아무리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도 아무도 서주지 않았어요. 두세 시간 만에 우리 앞에 선 차는 앞 유리가 깨진 고물차였는데 그들이 서주지 않았더라면 열사병에 걸렸을 거예요.

앞으로 가보고 싶은 나라는 어디인가요?

티벳을 꿈꾸고 있어요. 언제나 티벳은 제 마음 한곳에 있어요. 차마고도를 걸어보고 싶고 카일라스산에 가고 싶어요.

‘보헤미안’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보헤미안이라는 단어의 뜻도 사실 잘 몰라요.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죠.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아마도 한곳에 연연하지 않은 삶을 살아서일까요. 의무감에 하는 일이 없어서일까요. 우리는 온전히 우리의 삶에 집중해서 살고 싶어요. 거추장스러운 것들과 필요함을 줄이는 것에 신념을 두고 있어요. 야망 없이 사는 것이 꿈이에요.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장신구를 만드는 일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되길 바라요. 작은 것이라도 창작해나간다면 언젠가 장인이 될 수 있겠죠.

같은 삶은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다른 모습의 삶을 살고 있어요. 그 모든 삶은 공평히 멋집니다. 우리가 사는 삶은 그중에 하나이고 더 특별한 것도 아니죠. 하지만 저희는 물질적인 여유와 내세울 수 있는 이름 등을 버리고 시간을 얻었어요. 저희 삶은 시간이 아주 많아요. 누구에게나 우선순위가 있는데 우리의 우선순위는 시간이에요. 그건 필요를 줄이면 간단히 이룰 수 있어요. 저희 집에는 티브이도 세탁기도 없어요. 대부분의 가구는 길에서 주워온 것이고 식기들은 주변 분들이 필요 없는 것을 나눠주셨죠. 부족함은 오히려 풍성함을 가져옵니다. 자신이 정한 우선순위대로 삶은 방향을 바꿉니다. 거창한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지만, 저희는 이 삶이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편하네요. 자기 삶에 주인이 된다면 인생 성공한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스스로에게 맞는 삶으로 주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김현청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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