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지르잡기 08]동방신기 멤버 3명, 소속사와 갈등으로 소송 – 블루에이지(BLUEAGE) 사업영역

[한류지르잡기 08]
동방신기 멤버 3명, 소속사와 갈등으로 소송

한류지르잡기

‘위이잉~ 윙~ 윙~’ 테이블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요란한 진동을 울려댔다.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터졌는데요… …”

짧은 한 마디였지만, 무엇을 뜻하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 설마 했는데, 실제로 소송이 제기된 것이다.
2009년 7월 31일. 한국 연예계가 발칵 뒤집히는 ‘대형사건’이 일어났다. 누군가는 ‘핵폭탄급’이라고 했다. 한국을 넘어 일본과 중국을 제패하며 아시아를 호령하던 남성 5인조 그룹 동방신기의 영웅재중(김재중), 믹키유천(박유천), 시아준수(김준수) 세 멤버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안 그래도 그즈음 연예계 주변에서는 동방신기의 활동에 이상 징후가 보인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돌던 참이었다이를 테면 6월에 예정됐던 ‘2009 섬머 SM타운’ 재킷 촬영 일정에 동방신기가 불참하면서 소속사와 마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 따위였다. 항간에는 SM엔터테인먼트가 이와 관련해 회의를 소집하고, 외국에 체류하고 있던 이수만 회장이 급히 국내로 돌아와 문제를 조율하는 등 SM 내부에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눈치 빠른 팬들 사이에서는 양 측의 갈등이 심각한 수위에 이른 것 아니냐는 걱정스런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화가 끝나기 무섭게, 그동안 이 문제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 접촉했던 취재원들에게 급히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여름휴가마저 뒤로 미룬 채 달려 붙은 나의 ‘동방신기 사태’ 취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인기 절정의 순간, 소송 제기 … 왜?

이 사건은 당시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김대오 기자(현 <오마이스타> 팀장)의 단독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동방신기’ 中 3명, 법원에 SM 전속계약효력정지 신청]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인터넷과 방송을 타고 빠르게 사람들의 눈과 귀에 흘러들어갔다. 각 매체 연예부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공식 팬클럽인 ‘카시오페아’ 회원이 80만 명에 달해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슈퍼파워를 갖춘 인기절정 아이돌그룹의 핵심 멤버들이 소속사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과 파장도 컸다.

2004년 싱글앨범 <Hug>로 데뷔한 동방신기는 ‘라이징선’ ‘오정반합’ ‘주문’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최고 그룹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특히 그해 7월에는 일본 데뷔 4년 만에 ‘꿈의 무대’라는 도쿄돔에서 그룹으로서는 최초로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내 한류 열풍의 중심에 서 있음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이렇듯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동방신기 멤버들이 도대체 왜 갑작스럽게 소송을 제기한 것일까? 세간의 궁금증은 더해만 갔다.

그러나 이들이 법정 대리인(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제출한 소장의 내용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노예계약’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장기간의 계약기간뿐 아니라,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수익분배 그리고 일반의 상식선을 뛰어넘는 규모의 손해배상금 등은 이들이 왜 소송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수긍하게 했다.

당시 일부 공개된 소장 내용에 따르면 동방신기 멤버들은 2003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체결한 전속계약에서 13년까지 장기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군복무 등 정상적인 연예계 활동을 할 수 없는 기간은 계약기간에서 아예 제외하도록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계약서대로라면 군 복무까지 마칠 경우 동방신기 멤버들은 2018년이나 2019년까지 꼼짝없이 SM의 계약관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왔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와는 상반되는 내용이었다.

공정위는 그해, 연예인의 전속계약 기간을 7년 이내로 한정하고, 연예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기존의 약관 조항들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발표하고 이를 권고했다. 이는 연예인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연예산업에서 불공정한 내용의 계약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특히 이 시기는 얼마 앞서 발생한 탤런트 고 장자연 씨 자살사건과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씨 감금폭행사건으로 인해 연예계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제기되던 상황이어서 이들의 소송은 더욱 뚜렷하게 부각됐다.

결국 동방신기 3인 멤버도 소속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적용된 불합리한 계약 조항에 반발하며 법적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2009년 7월 31일은 한국 연예산업사에 한 획을 그은 의미 있는 날로 기록되었다. 이들의 ‘항거’가 우리 연예산업 구도가 안고 있는 후진성을 재검토하고, 봉건적 관행의 폐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인식의 변화와 자성의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득세력의 불합리한 부당함에 맞선 이들 세 멤버에게 시련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지난하고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소리 없는 총성’이었다. 이날 밤 늦게까지 동방신기 3인의 소송 소식은 후속 보도를 타고 계속 출고되었다. 나의 사무실에도 밤 깊도록 불이 꺼지지 않았다.

임상혁 변호사 “법적 절차 끝나는 대로 새 방안 제시”

이튿날이 되자 세 멤버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임상혁 변호사(법무법인 세종)의 인터뷰가 서서히 지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임 변호사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송이 제기된 갈등의 핵심으로 ‘불합리한 전속계약’을 들었다.

그는 “연습생 때부터 발탁해 육성해야 하는 가수의 경우 다소 예외가 있을 수 있다지만 동방신기의 경우 공정위가 제시한 표준약관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불공정한 면이 많다. 이런 점을 뒤늦게나마 바로잡자는 것이 소송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임상혁 변호사는 세 멤버가 소속사와 법적 다툼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멤버들이 소속사와 협의를 위해 직접 만나기도 했고, 자신 역시 여러 채널을 동원해 대화로 원만히 해결해보려 노력했으나, 소속사에서 멤버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기존 방침만 되풀이해 결국 법에 호소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팀의 존속 여부였다. 임 변호사는 이에 대해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무위에 그쳤기 때문에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법적 절차가 끝나는 대로 새로운 방안이 제시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이어 “5명이 다함께 SM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 지금 상황에선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지금 멤버들은 팬들에게 가장 미안해한다.”며 자신들을 걱정하고 있을 팬들을 향한 3인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그러자 SM엔터테인먼트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온통 세 멤버가 투자했다는 화장품 사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세 멤버가 화장품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팀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화장품 사업에 투자한 세 멤버만 소송에 참여해 이러한 ‘의혹(?)’제기가 가능했다.

그러나 SM의 이러한 반격에도 세종 측은 거침없었다.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이어 동방신기 활동에 따른 수익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증거보전신청서도 함께 제출한 것이 확인됐다. 증거보전 대상은 ‘신청인의 연예활동에 관련된 수입 및 지출 내역을 파악할 수 있는 회계장부, 계약서, 영수증, 전표 등 문서 일체’가 포함되었다.

언론은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서를 접수시킨 것은 “전속계약의 체결과 유지에 있어서 피고소인인 SM 측이 공정하지 못했거나 성실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관련된 증거자료를 확보하게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상혁 변호사는 이에 대해 “멤버들이 그간 수입 내역을 소속사로부터 정확하게 확인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일반적으로 전속계약 분쟁이 있을 때 계약 관계를 정리하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데 멤버들의 그간 수입내역을 명확히 확인하지 못해 이 같은 신청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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