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지르잡기 24]연예인은 소속사의 소모품(?) - 블루에이지(BLUEAGE)

[한류지르잡기 24]
연예인은 소속사의 소모품(?)

한류지르잡기

새해가 시작된 후 한동안 동방신기의 활동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동방신기 사태’가 낳은 한국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한계를 짚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특히 동방신기와 SM엔터테인먼트 간의 법정분쟁이 계속되면서 아이돌그룹에 대한 기획사의 봉건적 계약구조가 안고 있는 위험성과 연예인의 인권 및 사생활 보호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었다.
논의의 주제는 이제는 아이돌그룹을 비롯한 연예인의 화려한 성과뿐 아니라, 개개인의 행복과 선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지적으로 확대되었다. 그들은 소속사의 소모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요계가 소속사를 중심으로 덩치는 키웠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을 챙기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렸다.

‘동방신기 사태’ 후에도 불공정 전속계약 관행은 여전

그러던 중 2010년 2월 18일, 눈길을 끄는 보도가 나왔다.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이 이날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연예인 불공정 전속계약 후속조치의 미흡과 공정위의 전속계약서 서면실태조사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조문환 의원은 앞서 2009년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연예인 불공정 전속계약 관련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공정위로 하여금 대형 기획사뿐 아니라 계약환경이 더욱 열악한 중소규모 기획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요구했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국정감사 중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자진시정 등의 후속조치를 실시할 것을 발표했으며, 2008년 하반기와 이듬해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30개 대형 기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서 서면조사를 벌인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2009년 말까지 407개 기획사에 불공정 내용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청했지만, 보고기한이 1개월이나 경과된 1월말까지 단 11개 기획사만이 이에 대해 자진시정 조치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들 기획사의 명단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장자연 씨 자살사건과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씨 감금폭행사건, 그리고 인기그룹 동방신기의 소송으로 기획사와 연예인 간 노예계약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취되었지만, 정작 연예계에서는 불공정계약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었다는 말과 같았다.
조문환 의원은 당시 보도문에서 동방신기의 가처분 신청 관련 법원 판결문을 근거로 “계약서의 내용이 연예인과 기획사의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위반의 경우 연예인에게만 손해 배상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기획사가 계약을 위반한 경우에는 어떠한 손해배상이나 위약벌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도 아이돌 가수를 비롯한 다수의 연예인의 권익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검토한 30개 대형 기획사를 비롯해 모든 기획사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계약관계 조항을 하루빨리 시정토록 조치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조속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인기 연예인이 소속된 상당수 기획사가 이처럼 불공정계약과 관련한 정부의 시정조치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누리꾼들은 “신고를 받고도 아무런 액션을 보이지 않는 공정위의 행태가 답답하다.”며 국가기관의 복지부동을 질타했다.

공정위, SM 소속 연예인 전원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 조사 착수

그로부터 얼마가 지난 3월 3일. 한 매체는 공정위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전체를 대상으로 전속계약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정위가 SM의 불공정 전속계약 혐의 사건과 관련한 조사범위를 동방신기 외에도 보아,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SM 소속 연예인 53명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공정위의 화살이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인 SM을 정조준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게다가 당시는 이른바 ‘재범 사태’로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때여서 대형 기획사들의 일방적 계약관행이 여론의 눈총을 받던 시기였다.
실제로 앞선 4~5월 공정위가 YG엔터테인먼트, 스타제국 등 20개 연예기획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개 기획사 소속 연예인 230명의 계약서 모두에서 기획사 주최 행사 무상 출연, 은퇴 불가 등 불공정 계약조항이 빈번하게 발견되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SM 소속 전체 연예인들의 전속계약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관련자료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조속히 마무리 짓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즈음, 한 법안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최문순 당시 민주당 의원이 연예계의 불합리한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발의한 ‘연예매니지먼트사업법’이 그것이다. 최문순 의원은 이와 관련 “매니지먼트사업자들의 영세성과 비 전문성, 불합리한 계약관행이 연예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적절한 제도적 규제의 근거를 마련하자는 게 법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을 할 때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하고, 연예인과 체결하는 계약서 양식을 신고하도록 했다. 계약서에 불공정 조항이 있을 경우 문화부가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 영화 출연 등 외부 계약을 체결할 때는 사전에 연예인에게 계약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게끔 했다.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은 연예인의 인권보호와 함께 SM을 비롯한 대형 기획사의 불공정계약 관행 개선에 힘을 실었다. 연예인을 동반자적 관계가 아닌, 일벌의 역할만 강요하는 소속사의 부정적 행태에도 비난이 일었다.
‘동방신기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움직임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국정감사나 토론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기되었다. 다각도의 규제 방안 마련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지금도 꾸준히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뚜렷한 성과는 없는 편이다. 그래서 정치권 역시 이 문제를 반짝 이슈화시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소재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백기 든’ SM, 결국 공정위 표준계약서 채택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창이던 12월 23일. SM엔터테인먼트가 공정위로부터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트랙스 등 모든 소속 연예인과 새롭게 다시 체결한 현 전속계약을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공정위는 이날 “SM이 연예인 및 연습생과 체결한 불공정한 전속계약에 대해서는 자진시정을 감안해 경고조치하고, 자진시정하면서 연습생과 일률적으로 3년 연장 계약한 행위에 대해서 시정 명령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이 같은 조치는 그해 초, 동방신기 팬클럽이 공정위 서울사무소에 “SM 측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동방신기 세 멤버(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에 불이익을 제공했다.”며 SM에 대한 ‘노예계약’ 여부 판정을 요구하면서 촉발되었음을 생각할 때 더욱 의미 깊었다. 성숙한 팬들의 단합된 의식이 거대 연예기획사의 노예계약 횡포를 가로막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이를 통해 SM 소속 가수들은 공정위가 제시한 표준계약서에 따라 ‘데뷔 일로부터 7년으로’ 전속계약기간이 수정됐다. ‘(데뷔 시점)계약 체결일로부터 13년 혹은 10년 이상’이었던 기존 계약기간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동방신기 3인의 저항이 밑거름되어 ‘소녀’들도, ‘주니어’들도 장기 노예계약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셈이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SM은 소속 연예인들이 전속계약에 반발해 소송을 내면서 연예인 ‘노예계약’ 논란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이에 따른 조사가 진행되자 불공정한 전속계약을 대폭 자진 수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속계약 기간 외에도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위약금 조항과 관련해서는 기존 ‘총투자액(홍보비 및 기타 어떤 형태로든 지급되거나 사용된 제반비용)의 3배, 잔여계약기간 동안의 일실이익의 2배를 배상해야 한다’는 규정을 ‘계약해지 당시를 기준으로 직전 2년간의 월평균 매출액에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으로 조정했다.
아울러 ‘SM이 제작하는 인터넷방송에 SM의 요구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출연, SM 방송 제작물에 최우선 출연’ 등으로 규정했던 기존의 일방적인 스케줄 조항도 모두 삭제하고 ‘연예인은 SM의 매니지먼트 활동에 대해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SM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언론에서는 “공정위가 이처럼 SM의 불공정한 전속계약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린 것은 일정부분 당시 SM의 전속계약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공정위가 인정한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각에서는 “이는 한경이나 영웅재중, 시아준수, 믹키유천 역시 SM의 이번 변경된 계약 조건으로 얼마든지 기존 계약 내용에 대한 합의가 가능하거나 혹은 불공정계약 등의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날 퇴근길.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동방신기 멤버 3인의 저항이 없었더라면, 과연 한국 연예계에 과연 이런 가시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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