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람이 살랑이는 지난 주말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백남준 기념관”을 찾았습니다.
사실 이번 방문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전날 전주시장님과 미팅 후 산더미 처럼 쌓인 고민들에 대한 해결의 끈을 찾기 위함이고
또 하나는 그동안 일 때문에 후순위로 밀려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잠시나마 코에 봄 바람을 선사하기 위함입니다.
와보니 지난달 부터 1층 전시장에 “부드러운 교환 백남준을 말하다”라는 내용으로 전시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선생님의 작품을 이해한다고 하기에는 저의 내공이 모자란지라 그냥 느낌을 말씀드리면
모든 작품이 강하면서도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누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작품에 대한 나름에 해석이 된다는 거죠.
아무래도 영상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부분이 많아서 더 그런지도 모릅니다.
예를들어 전시된 작품중 ” TV정글”이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저는 이 작품을 보고 정글을 우리 사회로 보았고
그 속에 TV를 우리 인간으로 보았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PR해야하는 시대, 인위적인 모습을 하고 과장된 연기로 서로를 대하는 모습이 인간과 TV가 다를게 없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분명 선생님께서는 이런 의미로 만드시지는 않으셨겠지만요 ㅋㅋ.
특히 우리 6살 4살짜리 꼬마들도 그 작품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물렀다는 점에서 분명 작품에 흡입력이 있는건 사실인듯 합니다.
2층에서는 선생님의 작업실을 그대로 제현해 놓은 공간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손때가 묻은 작업실
건너편에는 영상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 전시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2층 한 부분에서는 “끈질긴 후렴”이라는 주제로 상설전시가 마련되었습니다.(2/7~ 6/16)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이 특정한 행동을 지속하거나 되풀이 함으로써 어떻게 현실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나
의식을 일깨우는지를 조명하고자 한 전시라 합니다.
여러 자가들의 작품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있었는데요.
바로 김범 작가의 “노란 비명 그리기”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그림 그리는 교육방송을 패러디해서 작가가 나와 이번에 하게 될 비명이 뭔지,
친절한 설명과 함께 흰 캔퍼스에 노랑색 선을 그립니다.
그때 최대한 붗을 얼굴에 가까이 대고 비명을 지르며 선을 긋게 됩니다.
그러면 비명(감성)과 함께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작가는 계속해서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데요.
기발하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영상이 끝날때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ㅋㅋ
결론적으로 오랜만에 머리에 신선한 생각들로 가득채운하루였습니다.
아지막으로 전시장 내부에 써 있는 선생님의 글로 오늘 포스팅을 마루리하고자 합니다.
제도 안에서 일하면서 많은 좌절을 경험했다.
‘많은’좌절이었다. 그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으면, 나는 싸우지 않았다.
한바탕 고함을 지르고는 거기서 나와 눈에 띠지 않는 곳에 가서 내 기분이 풀릴 만한 멍청한 짓을 하곤 했다.
다시 그 사람들과 일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지하 배출구는 나의 안전금고이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방송국의 일을 하는 것도 좋아했다.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고 어쩌면 내가 사회에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자리였기때문이다.
내일은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면서 손가락을 비집고 집어넣어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작은 구멍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부패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백남준과의 인터뷰 중-